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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가 장성하여 몽블랑에 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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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송상엽
  • 조회 : 3,729회
  • 작성일 : 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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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몽블랑에 오르던 케이블카 안에서 한국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왠지 반갑지 않았다. 그러면 안되는 줄 알았지만 나의 정직한 마음은 그랬다. 순간 들었던 생각이 '아! 우리가 우리 국가에 대한 자존감이 없구나'하는 것이었다. 엊그제는 이곳에서 부끄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곳 콜로라도 주립대학 원격교육 담당이사(Geoff Rubinstein)를 만났는데, 그가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때 많은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그것을 숨긴채 일본인처럼 살았고, 그가 돌아올 때야 그것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가 궁금하여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일본인이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그랬단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대해 외치고 들어왔지만, 우리 내면 속에는 진정한 '국가 자존감'이 없는 것이 사실인 것같다. 오늘은 3.1절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듯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진정한 '국가 자존감' 즉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오늘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해야할 일 들을 앞에 최선을 다하는 길 밖에는 없지 않은가? 낙수물에 바위가 갈라지듯, 하루하루가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으로 축적된다면, 우리 민족정서 가운데 흐르는 오랜 컴플렉스를 벗고, 진정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이곳 연수팀원 8명 중 5명이 일본인이다. 수업 중에도 문뜩문뜩 우리의 역사가 생각나면, 그들이 '가미가제' 군대 군인으로 보이고, 갑자기 그들이 싫어진다. 하지만 '감정'으로 그들을 이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오늘 하루도 그들보다 더욱 성실히, 열실히 살아가자.   이것이 3.1일절을 맞아 내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언젠가 수아가 장성하여 몽블랑에 오르는 케이블카 안에서 대한민국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때에 그들을 반갑게 여기고, 따듯한 한마디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국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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