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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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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송상엽
  • 조회 : 4,401회
  • 작성일 : 200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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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밤늦게 경희대에서 조깅을 하다 만취해 해메는 한 학생을 만났다. 쭈그리고 않아 계속 한숨만 쉬고 있는 그 청년에게 나는 물었다.  '괴로운 일 있습니까? 그 학생을 말했다. '예, 제가 권투 선수인데 오늘 시합에서 졌습니다" "몇 학번이세요?" "92학번요" / "고향은 어디세요?" "대구요" / "한잔 했어요?" "예 마음이 아파서 93,94,95 애들하고 한잔 했어요? / 그럼 제일 선배니까 쐈겠네요? "예" / "잘 곳은 있어요?" "예, 학군단에서 잡니다" .....  한참동안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나는 실의에 빠진 그 학생에게 무언가 힘이 되는 말을 해주어야 되겠다 생각이 되어 '또 이길 날이 있을 겁니다"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학생이 일어나더니 나를 끌어안고 연신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하더니 슬픈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어딘가로 또 막 뛰어 갔다. 뛰어가는 그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어찌그리 마음이 아픈지.. 나이 33이 되도록 졸업을 못하고, 잘 곳이 마땅치 못해 배회하고, 뜻대로 되어주지 않는 인생의 계획앞에 좌절하고 낙망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뛰어가는 그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님 저 청년이 승리할 수 있는 날을 주시옵소서" 짧막하게 기도하며 나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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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호님의 댓글

깡호 작성일

  ㅋㅋㅋㅋ 저는 시트콤의 한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푸하하하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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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엽님의 댓글

송상엽 작성일

  "깡호"님 이렇게 진지한 글에서 시트콤의 한장면을 상상하신다니...
대단합니다. 그 풍부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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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2리님의 댓글

까2리 작성일

  고난을 겪어 본자만이
승리의 맛을 알고 또, 다른 사람들을 고난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건투를 빕니다.